코맥 매카시의 『카운슬러』, 리들리 스콧의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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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기자의 GV가 있는 『카운셀러』 시사회(2013.11.11, 용산 CGV)에 다녀왔다.

영화는 보통 할리우드 영화처럼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스릴러 영화를 생각했다간 벙찔 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책을 읽었다. 영화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캐릭터들의 그 대사를 음미하기에는 역시 책이 낫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결말 부분에서의 대사가 조금 다르다.

GV 내용 중 일부를 간략히 소개해 본다.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라 많은 것이 생략됐지만, 그리고 괄호 안의 이탤릭체는 내가 추가한 것이다. 

2013. 11.11 (월) 용산 CGV 『카운슬러』 GV with 김도훈

1. 코맥 매카시 원작의 영화들

리들리 스콧은 선한 의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맥카시의 경우 운명을 절대 바꿀 수 없다거나 비관적이다. 이런 두 사람의 접점은 어떻게 생겼을까? 리들리 스콧은 원래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으나 이걸 영화화하면 더블엑스 등급이 될 수밖에 없는 정도였다. 

코맥 매카시의 원작 소설 중 영화화된 작품 중 존 힐코트 감독의 『더 로드』는 원래 영화화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할리우드에서 코맥 매카시의 테이스트가 많이 사라졌다. 역시 코맥 매카시 원작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는 코엔 형제가 잘 조화롭게 만든 것 같다.

『카운슬러』는, 앞으로 헐리우드에서 이런 불친절한 시나리오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2. 『블레이드 러너』 이후 가장 논쟁적인 작품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 중 『블레이드 러너』를 최고의 작품으로 본다. 『카운슬러』의 경우, 후반부 멕시코 광장에서 헤매는 장면은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킨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그 배경을 가지고 리들리 스콧은 ‘비주얼리스트’답게 관객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 원래 즉각적인 호평을 받은 적이 없다. 첫 비평이 호의적인 적이 없다. 걸작으로 칭송받는 『블레이드 러너』  뿐만 아니라 『블랙 호크 다운』 역시 처음 개봉했을 때 역시 나쁜 평을 들었다.

3. 리들리 스콧 감독은 앞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장르나 특징으로 정의하기 쉽지않다. 이번『카운슬러』 이후로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리들리 스콧의 동생 토니 스콧이 작년에 자살했다. 『블레이드 러너』 개봉 직전인 198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사실 『듄』을 준비 중이었으나 형 프랭크 스콧이 죽고 『블레이드 러너』를 만들게 됐다. 이번 『카운슬러』에도 토니 스콧의 죽음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여기에서부터는 스포일러 만빵. 상관없는 분만…

Q1) 리들리 스콧 감독답지 않게 왜 이렇게 대사가 많을까 싶었는데, 중반부터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말키나(=카메론 디아즈)의 고해성사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A1) 대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사실 캐릭터 자체를 분석적으로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던져진 상황에서 연기하는 걸 원하는데, 그래서 기본 5대 카메라를 놓고 찍는다. 대사가 많은 건 코맥 매카시 작품의 특징이다.

그리고 말키나. 코맥 매카시 작품 속에는 절대악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카운슬러』에서는 바로 말키나가 그런 캐릭터로,  최고 빗치(bitch)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고해성사 장면은 그녀와 대비되는 순수함,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 – 로라(=페넬로페 크루즈)를 이해해 보려는 도전, 시도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2) 다른 캐릭터들에게는 죽음을 안기면서 왜 카운슬러(= 마이클 패스벤더)를 죽이지 않았을까?

A2) 카운슬러에게는 이미 죽음보다 더한 것을 안겨줬기 때문에. 그리고 말키나는 순전히 돈을 획득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잃은 파스벤더를 죽일 이유는 없다.

Q3) 설교가 왜 그렇게 긴지 모르겠다. 그리고 각 장면마다 소품, 인테리어에 관심이 가게 된다.

A3) 코맥 매카시 작품을 보면 장광설이 많다. 코맥 매카시 소설은 캐릭터 위주이다. 영화를 보면 사건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영화는 사건을 설명하는 것보다 캐릭터들의 엄청난 대사들로 대체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사건은 몰라도 캐릭터는 납득을 하고 있다. 인물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카운슬러』 책을 보면 코맥 매카시는 배경과 옷차림까지 세세히 다 지정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옷 하나도 다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장치이다.

  • 토마스 와일드 : 말키나(=카메론 디아즈)
  • 아르마니 : 카운슬러(=마이클 파스벤더),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 베르사체 : 라이너 (=하비에르 바르뎀)

카운슬러의 벤틀리, 다이아몬드 등, 소품 하나로 캐릭터를 설명하려는 접근법일 것이다.

Q4) 영화를 보면 스페인어가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 자막이 없다.

A4) 『카운슬러』는 두 개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몰락하는 이야기이다.  카운슬러(=마이클 파스벤더)는 사실 필드에 나가지 않으면서 자신이 암흑 세계를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스페인어 대사에도 굳이 자막이 없을 것이다. 관객들은 정확한 의미를 몰라도  장면의 정황상 그 내용은 대충 알 수 있다.  그리고 코맥 매카시 작품에는 스페인어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 책에서는 스페인어에 한글 번역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보다는 책이 조금 더 친절하다. 책이 거의 영화화된 것이긴 하지만.)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마지막 대사는 인터넷 검색해 보면 의미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사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여운이 사라지게 된다.

Q5) 캐릭터들이 장광설을 늘어놓는데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 마지막에 등장하는 멕시코의 집회는 어떤 집회일까?

A5) 대사의 의미들은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좋을 것이다.
집회는 바로 실종된 가족 관련 집회이다.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후아레스에서는 연간 실종되고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 천 명이다.

Q6) 파스벤더는 왜 이름이 없이 ‘카운슬러’일까? 누구나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일까?

A6)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Q7) 라이너(=바르뎀)나 카운슬러(=파스벤더)를 보면 엄청난 위험에 빠져 있다고 하면서도 그런 것치고는 너무 대응이 허술한 것 같다. 무덤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담인데, 『델마와 루이스』의 브래드 피트가 등장 씬에 설레였던 여성들이 많은데, 『카운슬러』에서도 카우보이 모자 쓰고 나온 건 그 작품의 캐릭터를 의식해서일까?

A7) 이 작품은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담고 있다. 코맥 매카시의 원작 책과 그리고 영화화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GV에서는 이런 설명은 없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라이너(=바르뎀)이 미리미리 도망도 안 가고 느긋하게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을 보면 바르뎀의 경우 치타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 돌아갔다가 최후를 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장면의 묘사가 아닌 사실 한 줄의 대사 차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