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2013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할 것 같은 이유

오늘(10/8)은 노벨 물리학상 발표. 10/10엔 문학상 발표.

노벨 문학상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도박 사이트에서는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고 하는데, 난 최소한 올해는 수상하지 못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프란츠 카프카 상 (2006년), 예루살렘 상 (2009년) 등을 수상한 것이 노벨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라는 증거는 되겠는데… 그래도 올해 수상하진 못할 것이라는데 500원을 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2013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할 것 같은 이유

1. 작년에 아시아(중국)에서 수상자(모옌)가 나왔다. 같은 대륙, 그것도 아시아에 2년 연속 줄까?

2. 일본에 이미 두 명의 문학상 수상자 –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 오에 겐자부로(1994) – 가 있다.

3. 하루키는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하다. 노벨상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데, 하루키라면 조금 더 천천히 줘도 될 것 같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북 트레일러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오리지널 북 트레일러 한글 자막판

나도 버윅이 아주 멀다는 걸 인정해요. 내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요. 또 내가 걷기 훈련도 받지 않았고, 몸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해요. 그러고 보니 내가 가능성이 없는데도 거기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나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속에서는 포기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도, 포기할 수가 없네요. 계속 가고 싶지 않은데도, 계속 가고 있네요.

레이철 조이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중

한 60대 은퇴 남성이 어느 날 날라온 엽서 하나에 길을 떠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단지 엽서 하나 부치려고 나섰던 길이 87일, 1,000km의 여행이 된다. (데즈카 오사무가 잠시 목욕 다녀온다고 하고 먼 지방까지 날라서 편집자를 골탕먹인 일화가 잠시 떠오르지만 그런 건 아니고.)

이 남자는 왜 그렇게 걸어야 했을까? 그의 걷기는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사실 가장 영향을 받은 건 해럴드 프라이 자신이었다. 걷기 속에서 자신의 과거와 내면을 마주하며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유행어처럼 되어 그 가치가 훼손된 단어 같지만) ‘힐링’을 하게 된다.

‘꽃보다 할배’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할배의 여행에 같이 동참하는 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예스24 버전 북 트레일러. 예스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것 만드는 거지?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KN의 비극』 최고의 대사

다카노 가즈아키의 『KN의 비극』을 아주 거칠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피임을 하지 않았다가 ㅈ되는 이야기”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여자 친구와의 섹스에서 콘돔을 사용했으니까 안심이네”,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하는 걱정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콘돔 회사와의 콜라보가 필요한 작품이다.

이런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KN의 비극』은 정말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땐 가나미 씨를 그 무엇보다도 아끼셨을테죠.”
“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노력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죠?”
맞장구를 치려다가 슈헤이는 움직임을 멈췄다. 마음속에서부터 복받쳐 올라오는 게 있었다.
이소가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게다가 가나미 씨를 지켜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가나미 씨가 겪을지도 모르는 직무상 어려움이나 사고나 병이나, 모든 고통으로부터 지켜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슈헤이 씨”
다카노 가즈아키, 『KN의 비극』 p.192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했던(혹은 어려움을 겪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던) 연인. 하지만 연인과의 관계에서 큰 어려움에 닥쳤을 때 그 관계를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어지는 자신. 그때 처음의 마음가짐을 상기시키는,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KN의 비극』, 최고의 장면으로 생각한다.

ps. ‘지켜 준다’는 표현은 정말 딱 질색이지만. 무슨 수렵 채집 시기의 수컷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