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콜럼버스의 배에 탔던 선원을 거쳐 신대륙에서 16세기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어 대유행했던 매독의 경우에는 많은 감염자들이 이 수은 요법에 운명을 걸었다. 콜럼버스의 첫 번째 신대륙 항해에 함께 나섰던 90명의 승조원 중에서 지금까지 이름이 알려진 인물은 후안 데 모게르 정도일 것이다. 그는 카리브 해에 도착하자 오로지 현지 선주민 여성과의 ‘교류’에 힘썼다. 1493년에 스페인에 돌아와 잠시 시간이 흐르자 열이 나더니 피부가 발진으로 뒤덮였다. 이윽고 두통과 망상이 심해졌고 2년 후에 대동맥 파열로 죽었다. 말하자면 구세계의 매독 0호 환자였다.
이시 히로유키,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 1권 p.231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편에서는 ‘수은’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수은 얘기를 하면서 매독 치료제가 나오기 이전, 수은이 매독의 치료제로 사용되던 시절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는 없겠다. 🙂
이 책을 보고 혹시 ‘수은’과 ‘매독’에 관심이 조금 더 생겼다면… 수은과 매독에 관한 전문서는 다음 책을 읽어보면 재미있다.
‘수은‘ 이야기라면 역시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전 2권) 1권. 주기율표에서 가장 널리 독살에 사용되어 왔던, 다섯 가지 원소 – 수은, 비소, 안티모니, 납, 탈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식물과 생명체에는 수은이 들어 있다. 수백만 년 생명의 역사 내내 그랬다. 수은은 쉼 없이 우리의 환경과 생물권을 돌아다니며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수은에 대한 인체 반응은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양을 섭취하고도 중독의 기미 없이 견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민감해서 수은 약제를 주입받고 몇 초만에 죽는 사람도 있다.
존 엠슬리,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매독‘ 이야기라면 『뇌과학 여행자』를 빠뜨릴 수 없겠다. 『뇌과학 여행자』는 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예술가들의 증상과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매독균에 의한 치매라든지, 매독균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당시 매독의 첨단 치료제는 수은이었는데 장기간의 수은 치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은 중독에 시달렸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했다. “비너스와 하룻밤을 보내고 머큐리(수은)와 여생을 보낸다.”
김종성, 『뇌과학 여행자』